[의학신문, 정지태 대한의학회장 칼럼] 오징어 게임의 열기 속에서... 2021.10.22

사무국
2021-10-22


요즘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란 영화가 있다. 캐나다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이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는데, 캐나다 어린이들이 학교 마당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하는 것이 목격된다고...


처음 캐나다 이민을 갔을 때는 아이들 도시락에 김밥을 싸주면 주변 친구들이 ‘우~엑’거리면서 놀렸는데, 한국 놀이를 하는 초등학생을 보고 있으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고. 그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국서 만든 뽑기 국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모두 오징어 게임이란 영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나로서 알 수 없지만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한류의 열기가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라는 것으로 보인다.

한류가 세계를 뜨겁게 하고,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연설을 하고, K-pop을 보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우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해외에 음원을 팔아 큰 수익을 올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생겨났다. 모두 고무적인 일이다. 60년전 외국의 원조로 겨우 겨우 연명하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하고, 유엔이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꼽았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 믿어진다.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했는데, 과연 우리의 정신세계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대선을 앞둔 “뽑기 게임”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정치는 멀어도 너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저들 없이 살아가는 것이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사람들을 주변서 많이 본다. 이렇게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인 나라에서 지난 세월동안 국민들이 이룬 업적은 대단하고, 세계에 여러가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시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를 돌려본다. 5화에 보면 게임을 하다 죽은 참가자의 시신에서 장기를 적출하여 매매하려는 장면이 꽤 오랫동안 나온다. 관련자들이 그로 인해 주최측에 의해 처형되어 매달리는 장면은 6화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들이 불법장기적출을 해서 벌을 받은 것이 아니고, 장기를 팔아먹든 씹어 먹든 자기들은 상관하지 않는데 게임 규칙인 ‘평등의 원칙’을 어긴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다 불법인 상황에서 평등의 원칙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설정이지만, 영화이니 뭐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K 콘텐츠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지금, 이 불법장기적출을 인상 깊게 보는 사람은 없을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두운 구석에서 불법장기적출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불법장기적출이 무자비하게 행해지고 있는 나라는 중국인데, 그 오명이 혹 우리에게 넘어오는 것은 아닐까? 동북공정의 나라 중국이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국민이 중국인 장기적출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니 그런 오명이 씌워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는 우리나라에 씌워진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지만, 국회 정부 의료계도 그리 큰 관심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9월 국민들이 불법적인 장기매매에 연루되는 것을 막고, 생명의 존엄성과 올바른 생명의료윤리를 세우기 위한 국제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 아시아, 유럽의 비정부 기구와 관련 단체들이 WORLD SUMMIT을 개최하고 세계선언이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엄청 잘나가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십년 넘게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의 노력을 한 방에 날려보내고, 대한민국을 불법장기적출이 성행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될까 두렵다. 단지 나만의 기우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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